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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 중.인 기분 좋은 사람의 이야기
어느 20대 초반의 청년은 말끝마다 욕을 해대어 ‘욕쟁이 청년’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었다. 그는 세상을 모두 비뚤게만 바라보고 살았다. 어느 날 그 청년은 갑자기 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언어로 다음과 같은 곡을 작사, 작곡했다. ‘낮에 해처럼, 밤에 달처럼 그렇게 살 순 없을까… 욕심도 없이 어둔 세상 비추어 온전히 남을 위해 살듯이 나의 일생에 꿈이 있다면 이 땅에 빛과 소금되어….’ 이 노래를 들은 수천, 수만의 사람들은 ‘정말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살았으면….’ 하고 마음을 선하게 고쳐먹었고, ‘욕쟁이 청년’은 하룻밤 사이에 가장 선망하는 강사가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수천 명이 모인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우연히 강사화장실 청소를 하는 한 아주머니를 ..
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는데,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만두가게에 나타나는 겁니다.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합니다. 두 노인은 별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습니다. "대체 저 두 분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글쎄요. 부부 아닐까?" "부부가 뭐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
가난한 집안에 장녀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남의 집 식모로 팔려가 듯 몇 푼 되지도 않은 돈을 받고 살다가 조금 머리가 커지자 봉제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자 시다(보조)부터 시작해 잠도 못자면서 죽어라고 일하던 누님이 계셨답니다. 한창 멋 부릴 나이에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 사 쓰는 것조차 아까워 돈을 버는 대로 고향집에 보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 많은 먼지를 하얗게 머리에 뒤집어쓰고 몸은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소처럼 일해서 동생 셋을 모두 대학까지 보내는 등 제대로 키웠죠. 누나는 시집가는 데 들어갈 돈도 아까워 사랑하는 남자를 눈물로 보내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숙명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그렇게 늙어갔습니다. 그러다 몸이 이상해서 약국..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을 품으며 옹기종기 모인 마을엔 가족 없이 외롭게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십니다. 돌봐줄 이 없고 이야기 나눌 이도 없어 적적함이 친구가 된지도 참 오래인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를 허망하게 보내고, 딸마저 6년 전에 사고로 잃어버렸으니 말이죠. 선천적으로 말을 못 하고, 듣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옆집에서 새끼 강아지를 키워보라 준 것이 인연이 되어 반려인과 반려견으로 한 지붕 가족이 된 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홀로 지나는 삶 속에 모든 게 희미해지고 만져지는 것조차 혼미해지는 인생길에 동행하는 이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기에 할머니는 가슴에 묻은 딸이 살아온 거라 믿고 이름을 “순이”라고 지었답니다 수많은 생을 거치면서 어느 시간대 어느 ..
“당신 누군데 내 집에 있어요 “ 남편은 아내의 그 말에 눈물부터 흐릅니다 남편을 곁에 두고도 기억을 못 하는 제 아내는 치매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별을 안고 나간 걸음이 별을 등에 지고서 들어온 40년 함께한 세월 동안 우리 부부는 참 행복한 일상을 서로의 가슴속에 그려놓으며 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들딸 이제 짝지어 보내고 자식을 위해 던져 버렸던 청춘과 시간을 다시 찾자며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에 대해 하나둘 정리하고 있을 때 찾아온 불청객 "치매" 잠을 청해도 오지 않던 남편은 일어나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 걸음이 얼마 지나지 않은 자리를 더듬어 멍한 달만 올려다보는 남편 옆에 나란히 앉는 아내를 보며 “당신 안 자고 왜 일어났어” 밤새 뒤척인 눈물을 내보이며 “여보..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님이 물었어요. " 그래 낮엔 어딜 갔다 온거유? " " 가긴 어딜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 " 아버님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 그래 내일은 무얼 할꺼유? " " 하긴 무얼해? 고추모나 심어야지~ " " 내일이 무슨날인지나 아시우? " " 날은 무신날 !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 "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창식이 창길이는 벌써 왔습디다." 아버님은 아무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당겼지요. " 다른 집 자식들은 철되고 때되면 다들 찾아 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원~" 어머님은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하셨지요. " 오지도 않는 자식놈들 얘긴 왜 해? " " 왜 하긴?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 " 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