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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여행 중.인 기분 좋은 사람의 이야기
가난한 집안에 장녀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남의 집 식모로 팔려가 듯 몇 푼 되지도 않은 돈을 받고 살다가 조금 머리가 커지자 봉제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고자 시다(보조)부터 시작해 잠도 못자면서 죽어라고 일하던 누님이 계셨답니다. 한창 멋 부릴 나이에 얼굴에 바르는 화장품 하나 사 쓰는 것조차 아까워 돈을 버는 대로 고향집에 보내서 동생들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그 많은 먼지를 하얗게 머리에 뒤집어쓰고 몸은 병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소처럼 일해서 동생 셋을 모두 대학까지 보내는 등 제대로 키웠죠. 누나는 시집가는 데 들어갈 돈도 아까워 사랑하는 남자를 눈물로 보내기도 했지만 이를 악물고 숙명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그렇게 늙어갔습니다. 그러다 몸이 이상해서 약국..
병풍처럼 둘러싼 산자락을 품으며 옹기종기 모인 마을엔 가족 없이 외롭게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한분이 계십니다. 돌봐줄 이 없고 이야기 나눌 이도 없어 적적함이 친구가 된지도 참 오래인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를 허망하게 보내고, 딸마저 6년 전에 사고로 잃어버렸으니 말이죠. 선천적으로 말을 못 하고, 듣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옆집에서 새끼 강아지를 키워보라 준 것이 인연이 되어 반려인과 반려견으로 한 지붕 가족이 된 지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홀로 지나는 삶 속에 모든 게 희미해지고 만져지는 것조차 혼미해지는 인생길에 동행하는 이가 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었기에 할머니는 가슴에 묻은 딸이 살아온 거라 믿고 이름을 “순이”라고 지었답니다 수많은 생을 거치면서 어느 시간대 어느 ..
“당신 누군데 내 집에 있어요 “ 남편은 아내의 그 말에 눈물부터 흐릅니다 남편을 곁에 두고도 기억을 못 하는 제 아내는 치매라고 말하는 이 남자는 별을 안고 나간 걸음이 별을 등에 지고서 들어온 40년 함께한 세월 동안 우리 부부는 참 행복한 일상을 서로의 가슴속에 그려놓으며 살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아들딸 이제 짝지어 보내고 자식을 위해 던져 버렸던 청춘과 시간을 다시 찾자며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에 대해 하나둘 정리하고 있을 때 찾아온 불청객 "치매" 잠을 청해도 오지 않던 남편은 일어나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밖으로 나갑니다. 그 걸음이 얼마 지나지 않은 자리를 더듬어 멍한 달만 올려다보는 남편 옆에 나란히 앉는 아내를 보며 “당신 안 자고 왜 일어났어” 밤새 뒤척인 눈물을 내보이며 “여보..